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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이후 푸에르토리코의 삶은 여전히 '어둠 속'
마이애미
자유게시판

 
입력 12/19
ㆍ조회: 4      
허리케인 이후 푸에르토리코의 삶은 여전히 '어둠 속'



"우리의 삶은 허리케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모든 것이 변했다. 삶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푸에르토리코의 작은 마을. 초등학교 선생님인 마리아 오르티즈 비루에트는 오늘도 세 달째 휴교 중인 학교로 향한다. 지난 9월 허리케인 '어마'와 '마리아'가 덮친 뒤 그녀의 학교는 무기한 휴교를 선언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수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학교는 닫았지만 선생님들은 매일 나와 학교를 청소하고 있어요. 언젠가 다시 돌아올 학생들을 위해 학교를 늘 준비해놔야 하니까요"라며 "하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답답한 상황입니다"고 말했다. 

푸에르토리코는 지금 미국 최대, 그리고 최장 기간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9월 4일 허리케인 '어마'가, 9월 16일 허리케인 '마리아'가 휩쓸고 간 푸에르토리코에 남은 것이라곤 무너진 삶의 터전과 전기 없이 살아가는 깜깜한 나날뿐이다. 

현재 푸에르토리코의 전력은 64% 정도 복구됐다. 허리케인이 지나간 뒤 45일이 지난 11월 초만 해도 80%의 전력이 복구되지 않은 상태였다. 푸에르토리코를 자치령으로 두고 있는 미국 정부는 원래 올해 말까지 전력의 95%를, 내년 1월쯤에는 100% 전력을 복구할 수 있을 것이라 약속했지만 이는 지키지 못할 약속이 돼 버렸다. 이들의 바뀐 계획에 따르면 전력의 75%를 내년 1월까지, 95%를 내년 2월까지 복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100% 복구는 내년 5월에나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허리케인 이후 무려 8개월 동안이나 푸에르토리코의 일부 지역은 전기가 없는 어둠 속에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허리케인이 휩쓸고 지나간 푸에르토리코의 한 도로. /사진=AP
▲ 허리케인이 휩쓸고 지나간 푸에르토리코의 한 도로. /사진=AP
사람들의 일상생활은 원시적 형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밤에는 더위로 잠을 못 이루는 것은 기본이다. 냉장고를 가동시킬 수 없기 때문에 아이스박스에 음식을 보관해야 하는데, 얼음을 사는 데만 몇 시간이 걸리고 대부분 은행들은 파산으로 문을 닫아 현금을 인출하는 데도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도 태반이다. 허리케인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물론 기존에 병을 앓고 있던 사람들은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해 겨우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개월 동안 폐렴, 기관지 질환 당뇨병, 알츠하이머 등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만 1000여 명에 달한다. 

청소년과 청년들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미래에 불안해하고 있다. 마리아 씨의 아들 제수스 오르티즈 군은 "공부하고 싶어요. 내 미래를 위해서는 교육이 정말 중요한데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에요"라고 전했다. 올해 16세인 알론드라 오리티즈 양은 "허리케인 이전의 삶과 지금의 삶을 비교해보면 이런 감정이 들어요. 그냥 지쳐 쓰러질 때까지 미친 듯이 달리고 답답함이 풀릴 때까지 소리를 지르고 싶은 심정이요"라고 말했다. 

허리케인의 피해를 심각하게 입은 일부 지역의 경우 도로가 아직 복구되지 않아 발전기를 들여오는 일조차 힘들다. 도로를 복구하려면 푸에르토리코 자치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정부의 부채는 날로 늘어만 가는 상황이라 재해 복구 작업의 속도가 매우 느리다. 

푸에르토리코는 허리케인이 닥치기 이전부터 경제 상황이 매우 열악했다. 2006년 이후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어온 푸에르토리코는 지난 5월 미국 자치령으로는 처음으로 파산 보호를 신청하기도 했다. 이들이 현재 지고 있는 공공 부채는 740억달러에 달하며 이는 전체 국내총생산(GDP) 대비 92.5%를 차지하는 엄청난 규모다. 실업률은 미국 본토의 두 배인 10%에 달하고 있으며 기업들의 이윤은 폭락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푸에르토리코의 부채 문제 때문에 미국 정부가 푸에르토리코 허리케인 재해 복구 작업에 느리게 대응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푸에르토리코 수도 산후안의 율린 크루스 시장이 요청한 긴급 자금 투입과 관련해 크루스 시장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국제 사회의 비판이 일자 트럼프 대통령은 약 5조5000억원 규모의 푸에르토리코 자금 지원을 의회에 요청했지만 여전히 승인되지 않고 있다. 

푸에르토리코 시민들은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호소한다. 비슷한 시기에 허리케인으로 피해를 입은 플로리다와 텍사스의 경우 미국 정부가 곧바로 대규모 인력과 자금을 투입해 복구에 힘썼지만 푸에르토리코는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버려진 지역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발전기를 운반하기 위해 푸에르토리코 야부코아 시민들이 만든 장치 /사진=워싱턴포스트 캡처
▲ 발전기를 운반하기 위해 푸에르토리코 야부코아 시민들이 만든 장치 /사진=워싱턴포스트 캡처
자꾸만 미뤄지는 복구 작업에 푸에르토리코인들은 직접 발 벗고 사태를 해결하고 있기도 하다. 허리케인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은 지역 중 하나인 푸에르토리코 야부코아의 시민들은 강과 강 사이에 발전기를 운반할 수 있는 일종의 도르래를 만들었다. 

야부코아의 한 야구장 매점을 운영하던 한 부부는 장사할 상황이 아님에도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식료품 값이 배로 뛰었음에도 이들이 파는 감자튀김 가격은 허리케인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이들은 "여기는 내 일터이기도 하지만 내 삶 그 자체"라며 "빨리 이 사태가 해결돼 사람들이 웃음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고 워싱턴포스트(WP)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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