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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적폐청산, YS의 신한국창조 '데자뷔'
 Column

칼럼 모음
 
입력 2017/05/13
ㆍ조회: 110      
문재인의 적폐청산, YS의 신한국창조 '데자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닷새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진 이번 19대 대선은 문재인 대통령의 압승으로 끝났다. 득표율은 41.08%로 2012년 대선 당시의 48.02%에 미치지 못하지만, 표차는 2위인 홍준표 후보와 무려 557만 표로 역대 최대다. 그래서 그런지 문 대통령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다. 마치 1993년 취임한 김영삼(YS)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 YS는 1992년 대선에서 997만 표(득표율 41.96%)로 2위인 김대중(DJ)후보를 193만 표차로 누르고 압승을 거두었다. DJ는 정계를 은퇴하고 영국으로 출국했고, 강력한 경쟁자가 사라진 YS의 행보는 파죽지세 그 자체였다. 하루하루가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국민들은 환호했다.

1993년 2월25일 YS는 취임사를 통해 ‘신한국창조’를 역설했다. YS는 문민정부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세 가지로 확정했다. 첫째 부정부패의 척결, 둘째 경제를 살리는 일, 셋째 국가기강을 바로 잡는 일. 문재인 대통령의 ‘적폐청산’, ‘일자리 만들기’와 같은 이야기다. 그리고 YS는 취임 일성으로 청와대 앞길을 개방하고 인왕산 등산로를 개방했다. 어디서 본 듯한 모습이다.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로 들어가면서 오픈카에서 선루프를 열고 노상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이다.

YS는 국무위원들과의 청와대에서 첫 번째 국무회의를 마치고 오찬을 했다. 메뉴가 무엇일까. 바로 칼국수다. 그 유명한 YS의 칼국수. 퇴임할 때까지 청와대를 방문했던 인사들이 우격다짐으로 먹어야만 했던 칼국수.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의 첫 번째 오찬이 바로 여민관(청와대 비서실동) 구내식당에서 일반 직원들과 함께 줄을 서서 트레이 식판에 밥을 받는 것이었다. 서민들과의 친근감을 강조하려는 이벤트다. 이 또한 24년을 넘나드는 데자뷔다.

YS판 적폐청산은 거침이 없었다. 취임 직후인 3월8일 육군참모총장과 기무사령관을 전격적으로 해임했다. 마치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다음 날 황교안 국무총리와 김수남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바로 수리했듯이. 다만 1993년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집단은 군부였고. 2017년 가장 강력한 권력집단이 검찰인 것만 다르고. YS는 취임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던 1993년 5월13일 특별성명을 냈다. 이른바 YS의 역사바로세우기의 첫 단추를 꿴 것이다. 전임 정부에서 잘 나가던 인사들이 줄줄이 감옥에 갔다. 전직 장관을 비롯해 육․해․공군의 예비역 대장들이 영어의 몸이 되었다. 국민들은 열광했다. 그 당시 개혁드라이브에 반발했던 보수언론의 비판에 YS는 이렇게 일갈했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

YS는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국정수행 지지율을 기록했다. 취임 첫 해 2/4~3/4분기 YS의 지지율은 한국갤럽의 기록에 따르면 무려 83%나 된다. 하기야 국민들의 입장에서 이처럼 시원한 일이 있을까. 평소 접근하기조차 힘들었던 권부의 어마어마한 인물들이 초라한 모습으로 서초동 검찰청사의 포토라인에 서는 모습만큼 시원한 일이 있겠는가. YS의 신한국창조를 위한 개혁드라이브는 계속되었다. 하나회 해체 등 인적청산에 이어, 공직자재산공개 그리고 금융실명제 그리고 결국에는 5․18특별법 제정을 통한 전임 정권에 대한 사법적 처단으로 이어졌다. 거기까지였다. 국민들은 어느 순간엔가 개혁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또 어느 순간엔가 YS정권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권력의 독특한 속성이 있다. 권력은 무한정 크고 영원무궁할 줄 착각하는 것이다. 하기야 그렇기 때문에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한바탕의 난리가 벌어지고 또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한 두 번째 날 최순실 게이트와 세월호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지시하고, 그 다음 날 조국 민정수석은 정윤회 문건에 대한 재수사를 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1호인 적폐청산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정윤회, 최순실 이 두 사람이 거론될 때 치를 떨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세월호 침몰을 둘러싼 그 수많은 음모론이 말끔하게 정리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런데 문재인 정부 닷새를 지켜보면서 걱정되는 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한민국 청와대에 국가안보실장, 정책실장은 없고 오로지 민정수석만 보인다는 것이다. 적폐청산, 정말 중요하다. 새 살이 돋기 위해서는 썩고 문드러진 부분을 도려내야 한다. 하지만 2017년 대한민국의 과제가 과거의 적폐청산만 있을까. 미국 CIA국장은 한반도에서 지역적 재래식 전쟁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여전히 1,3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여차하면 무너질 수밖에 없는 서민경제. 그런 핵심적 과제들을 챙겨야 할 청와대 컨트롤타워는 보이지 않고 오로지 사정(司正)의 칼춤을 추는 민정수석만 보이니 안타까운 일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다. 그 5년 동안 칼춤만 출 수는 없다.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칼춤은 필요하다. 하지만 칼춤을 춰도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정도가 있다. 바로 자신에게는 추상같이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관대해야 한다. 하지만 역대 정권이 전임 정권에게 보였던 모습은 그와는 정반대다. 정치보복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과거 정권에게 가혹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허물은 덥기 급급했다. 하기야 그랬기 때문에 또 그 다음 정권이 전 정권 털기에 좋았겠지만. 5년 단임 대통령제인 대한민국에서는 5년마다 승자의 칼춤과 패자의 몰락, 그리고 그 이후의 또 다른 정치보복의 환국(換局)이 거듭되어왔다.

그렇게 도돌이표마냥 되풀이되는 정치보복의 악순환에 ‘악’소리 나면서 피해를 보는 것은 그들의 싸움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기업들과 국민들이다. 그들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옆구리를 차여야 할까. YS정권의 개혁드라이브는 1년을 넘기기 못했다. 국민들이 고통스러워했기 때문이다.

1995년 지방선거에서 YS정부는 참패했다. 그러자 YS정부는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넣고 이른바 개혁드라이브의 재(再)점화를 시도했다. 깜짝 효과는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국론의 분열이요, 민심의 찢어짐이다. 그리고 이는 IMF환란위기로 이어졌다. 결국 국민들의 마음을 사는 것은 한바탕의 서커스가 아니라 바로 먹고사는 문제다.



글 / 황태순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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