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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 전 FBI 국장이 말하는 리더의 의무
 Column

칼럼 모음
 
입력 2017/06/03
ㆍ조회: 51      
코미 전 FBI 국장이 말하는 리더의 의무




2013년 7월 미국 상원에서는 신임 연방수사국(FBI) 국장 지명자에 대한 인준청문회가 열렸다. 당시 지명자는 제임스 코미.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의 러시아 커넥션을 수사하려다 FBI 국장에서 내쳐진 인물이다.

그는 당시 청문회에서 FBI 리더로서 자신의 의무가 무엇인지 밝힌다. "사람들이 권력자에게 진실을 말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건 모든 리더들의 의무입니다." 실제로 그는 권력자에게 진실을 말하려 했고, 바로 그 이유로 해임되고 말았다.

코미는 당시 청문회에서 그가 2013년 초까지 일했던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문화를 FBI에 심고 전파하겠다는 말을 했다. "투명함을 추구하는 브리지워터 문화는 제가 그곳에서 일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브리지워터의) 가치를 FBI로 가져와서 전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점을 약속합니다."

브리지워터는 급진적인 정직함을 추구하는 회사로 이름이 높다. 몇몇 경영원칙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진실을 신뢰하라. 급진적으로 투명하라. 극도로 개방적이어라. 부정직함을 참지 말라" "일관되게 (진실이 무엇인지) 당신의 부하들을 조사(probe)하라. 마찬가지로 당신의 부하들을 격려해 당신의 진실을 조사하게 하라" "조사받는 것을 환영하라. 그게 중요하다" 등등이다. 브리지워터의 문화를 배워서였을까? 코미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 주변 권력자들의 부정직함을 참지 않으려고 했다. 그 결과 그 자신은 FBI 국장에서 해임됐으나 미국 국민은 트럼프를 둘러싼 진실이 무엇인지 좀 더 알게 됐다. 특별검사가 임명돼 진실 규명을 계속하고 있다.

트럼프가 집권 초에 겪는 이 사건은 박근혜정권 2년 차에 겪은 '정윤회 문건 사건'과 묘하게 겹친다. 박근혜 전 대통령 주변에 비선실세가 존재한다는 당시 문건이 공개됐을 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정부 안에는 코미 같은 사람이 없었다. 박근혜정권에는 권력자에게 진실을 말하는 문화가 없었던 것이다.

진실은 용기를 자양분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법이다. 진실을 가리키는 증거가 아무리 많아도 소용없을 때가 많다. 그 진실이 불편할 때,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을 때 인간은 의도적으로 진실에 눈을 감는다. 수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는다고 해도 그렇게 한다. 누군가가 용기를 내서 분연히 일어설 때에만 비로소 진실에 빛이 든다.

대표적인 예가 임신부들에 대한 엑스레이 촬영이다. 영국 의사 엘리스 스튜어트는 임신부가 엑스레이 사진을 찍으면 아이가 태어나서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내용은 1956년 의학 저널 '랜싯'에 실렸으며 관련된 모든 증거가 공개됐다. 그러나 의사들은 스튜어트의 발견에 눈감았다. 환자를 치료하고자 했던 자신들의 선택이 태아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진실이 너무나 불편했다. 스튜어트는 용기를 내 의사들과 싸웠다. 1980년대 들어서야 비로소 스튜어트의 발견이 의학계에서 정설이 됐다.

진실을 말하는 용기를 내는 데 가장 큰 장애는 '권위에 대한 복종'이다. 인간은 권력자의 권위에 복종하면 그 권력자가 원하는 바를 실행하는 데 집중한다. 진실과 양심은 부차적인 게 된다. 120여 년 전 영국 해군 358명이 지중해에서 훈련 중 사망한 사건이 그런 예다. 조지 트라이언 중장은 다른 배에 타고 있던 앨버트 헤이스팅스 마컴 소장에게 선단의 방향을 180도 틀라고 지시한다. 그렇게 하면 군함들이 충돌할 게 뻔했다. 마컴 역시 이를 알았지만, 명령을 그대로 수행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리더라면 구성원들에게 진실을 말하는 용기를 북돋워야 한다. 특히 권력자 앞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코미가 상원 청문회에서 말한 '리더의 조건' 그대로다. 박 전 대통령에게 그 같은 덕목이 있었다면 지금 구치소에 갇혀 있지는 않을 것이다.



김인수 매일경제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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