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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델라식 ‘전환기 정의 세우기’
 Column

칼럼 모음
 
입력 2017/06/24
ㆍ조회: 72      
만델라식 ‘전환기 정의 세우기’



 

‘전환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란 독재정권이 저지른 적폐를 청산하고 적폐희생자에게 보상함으로써 사회정의를 세우고 인권을 확고히 보장하는 것이다. 전환기 정의는 민주주의가 탄생한 고대 아테네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아테네 시민들이 기원전 411년에 과두정을 무너뜨렸을 때 전환기 정의를 세우는 데서부터 민주주의를 재건하려 하였다. 그들은 독재자들의 재산을 몰수해서 시민들에게 되돌려주었고 독재가 부활하지 못하게 여러 법적 조치를 하였다. 그러나 제1차 전환기 정의 세우기가 미진하여 민주주의는 붕괴하였고 기원전 405년 아테네는 다시 독재 치하에 들어갔다. 기원전 403년 아테네 시민들이 다시 민주화를 이룩했을 때, 그들은 독재로의 회귀를 영구히 막을 수 있는 헌법개정을 하는 등 철저하게 전환기 정의를 세웠다.

아테네의 사례는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위해서 제일 먼저 취해야 할 개혁이 ‘전환기 정의 세우기’라는 것을 알려준다. 전환기 정의를 세우지 못하면, 귀에르모 오도넬 교수가 이야기한 바와 같이, 민주주의는 ‘급격히 사망’(quick death) 또는 ‘서서히 사망’(slow death)한다. 그러므로 전환기 정의 세우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전환기 정의를 세우지 못할 경우 구권위주의 체제의 적폐세력 잔당과 찌꺼기들이 스멀스멀 기어나와 민주정부의 개혁을 사보타주하고, 뒤집고, 무력화시킴으로써 권위주의로의 회귀의 기초를 쌓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유세에서 적폐청산이 새 민주정부의 최우선 과제라면서 적폐청산특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공약한 것이다.

현재 한국은 20년 전 남아공의 만델라가 전환기 정의를 세우려 했을 때와 매우 유사한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그러나 만델라는 이러한 난관을 뚫고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통해 전환기 정의를 세웠다. 우리는 만델라에게서 한국의 전환기 정의 세우기 모델을 발견해야 한다. 첫째, 만델라는 남아공에서 형사문제를 다루는 검찰과 법원 내에 인권유린과 침해에 책임이 있는 적폐세력이 잔존하고 있어서, 형사사법제도를 우회하여, ‘타협 없는 적폐세력 처벌’과 ‘패배주의적인 사면과 면책’의 제3지대에 있는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설립하였다. 둘째, 만델라는 선거를 통해 집권했지만 여전히 사회, 경제적 지배층은 백인 기득권자들이었고 그들은 만델라의 개혁에 저항하고 무산시킬 잠재력이 있었다. 만델라는 의회 소수파의 약점을 인정하고 진실과 화해위원회에서 무죄라는 진실이 밝혀지면 기득권 세력들도 사면대상이 될 수 있다는 타협을 하였다. 셋째, 사면 타협에도 불구하고 만델라는 전환기 정의 세우기에 충실하였다. 민주화 연구자들이 만델라의 전환기 정의 세우기가 성공한 것은 처벌보다 화해와 용서를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크게 잘못된 해석이다. 만델라는 과거 독재정권의 적폐, 인권유린과 침해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자들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으나, 백인 기득권을 압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면카드를 제시해서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출범시키고 3년간 적폐세력을 조사, 처벌, 사면했다. 만델라는 적폐세력의 사면을 통해 국민통합을 이루려 하지 않았다. 진실과 화해위원회에 사면을 신청한 건수는 7112건이었으나 5392건은 아예 접수가 거부되었고, 불과 849명이 사면받았다. 만델라는 사면을 통해 백인 기득권과 타협했으나 그는 철저하게 적폐세력을 처벌하여 다시는 민주주의를 전복시키려는 기도를 하지 못하게 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압도적 대다수 국민들의 통합을 이루어내었다. 넷째, 만델라의 전환기 정의 세우기의 우수성은 모든 적폐에 대해 포괄적으로 진실을 밝힘으로써 처벌대상자들이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게 했으며, 피해자에 대한 물적 보상과 인권회복을 통해 모든 국민들이 민주주의하에서 ‘정의는 더 이상 강자의 이익’이 아니라는 데 동의하게 되었고 이는 국민통합에 기여하였다.

한국에서는 촛불혁명이 아직도 현재 진행형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수가 나라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구덩이를 파서 과거를 모두 묻어버리자고 주장하면서 재판도 끝나지 않은 박근혜를 조기 사면하자고 우기고 있다. 적폐청산이 늦어지는 동안 적폐세력은 다시 힘을 회복하고 사사건건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저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여소야대하에서도 전환기 정의 세우기는 반드시 추진되어야 하고 그 방식은 만델라가 한 것처럼 포괄적인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구성하여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을 이루어내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처럼 각 부처, 검찰, 국정원 등에서 각개약진 방식으로 적폐청산을 추진하면 초점이 흐려지고 중복 범죄와 적폐를 저지른 자를 은폐할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은 여소야대 때문에 적폐청산 작업을 미룰 것이 아니라, 여소야대를 돌파하기 위해서 담대하게 압도적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전환기 정의 세우기에 나서야 한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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