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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잠도 없나…
 Column

칼럼 모음
 
입력 2017/07/08
ㆍ조회: 63      
트럼프는 잠도 없나…




잠깐 미국에 와 있는 참이라, 현지인들의 이야기에 많이 귀 기울인다. 나는 당연히 한국의 시각에서 듣게 되고 또 다소는 유럽의 시각에서 생각해 보게 된다.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하든 피해 가기 어려운 화제는 도널드 트럼프이다. 취임하자마자 선언한 멕시코 장벽은 물론이고 파리협정 탈퇴와 같은 국제사회의 '재앙'을 일으킨 지 얼마 되었다고 트럼프 정부는 6개 중동 국가 국민의 입국금지에 이어 '오바마케어'를 공식적으로 폐기했다.

국민의료보험이 안 되는 나라, 그곳이 가난한 제3세계 국가가 아니라 세계 최강 대국 미국이라는 것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문제에 관한 트럼프의 거꾸로 가는 정책에 상당수 중산층의 동조가 있었다고 해서 더욱 놀랍다. '오바마케어'를 '중산층 죽이기'로 해석하는 사람들에게 의료보험은, 즉 공산주의라는 것이다. 무서운 도식이다. 그런 생각도 무서우려니와 전임자가 큰 힘을 쏟았던, 뜻 있는 사회정책을 일말의 스스럼도 없이, 대안도 없이, "즉각 폐기"하고 대체는 "추후에"라며 거두는 것을 보자니 참 두렵다. 몇 년 전, 미국으로 이민 간 제자에게서 한밤중에 걸려온 전화 목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수화기를 붙들고 아메리카 대륙에서 청년이 울었다. 할머니 배에 복수가 차오르는데도 병원에 갈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 어떤 위로의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임종이 임박하도록 병원 한 번 모시고 갈 수 없었다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하겠는가.

트럼프의 막말도 끝이 없다. 지난 며칠 사이에만 해도 여성 언론인에게 "저능"에다 "성형으로 얼굴에 피 묻히고 다니는 인간"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이미 주적(主敵)으로 천명한 CNN은 아예 FNN, 즉 페이크 뉴스 넷이라고 부르더니 이제는 '가짜 뉴스(Fake News)'도 부족해서 "사기 뉴스(Fraud News)"로 수정한다고 썼다. CNN 로고를 이마에 붙인 레슬링 선수를 자기가 주먹으로 때려눕히는 영상까지(만화도 아니고 아이들 장난도 아니고) 대국 미국의 대통령이 손수 트위터에다 올려 놓았다.

여기서 내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대개 대학 사람들이다. 그들이 간간이 내뱉는 시니컬한 말에서 내비치는 젊은 지성들의 자조와 좌절감이 깊다. 트럼프의 공로는 있다고 했다. 세계 정치에 대한 기대치를 엄청 낮추어 놓았고, 트럼프 보고 겁이 나서, 그래도 프랑스나 벨기에 같은 곳에서 극우 정당의 집권이 제지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도 혼잣말처럼 내뱉곤 한다. "트럼프는 잠 좀 자지…."

저 말은, 트럼프가 트위터를 대개 밤에 하기 때문이다. 왜 새벽 3시며 5시에 트위터를 하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일로 지새운다 해도 이제는 건강을 위해 그만 자라는 조언이 나올 시간이다. 도대체 왜 가장 강력한 공식채널을 가진 사람이 허구한 날 시도 때도 없이 트위터에다 막말을 쏟는 것일까. 트럼프가 내일은 또 무슨 일을 저지를지 조마조마해하는 불안감이 전해 온다. 그러면서도 가장 나쁜 건 "그런 모든 것에 사람들이 익숙해가는 것"이라고들 한다. 그런 지성들이 있어 최악의 사태는 막아지기를 바라지만 미국의 일들은 또 미국에 그치지 않는지라 듣고 있는 나도 마음이 다시 어두워진다.

우리 문재인 대통령과도 잘 만나 놓았지만 트럼프의 무역 압박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건 물론 한국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독일 같은 대미 무역 흑자국은 트럼프에게는 초장부터 완전히 '눈엣가시'이다. 그렇게 "아메리카 퍼스트"라며 난리를 치더니만 트럼프 집권 후, 그 안하무인의 국수주의는 외국자본의 투자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지난 4분기 외국 자본의 미국 투자는 그 전 4분기에 비해 40%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반면 난민을 수용하며 나라를 여는 정책을 편 독일은 오히려 수출 흑자가 늘고 있다. (지금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고 있는 G20 회의에 온 트럼프의 행보에 대한 보도들에서도 싸늘한 시선이 느껴지고, 판을 흐트러뜨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잔뜩 배어 있다.)

주택가를 걸어가다 보면 여기서도 간혹 작은 팻말이 보인다. "HATE HAS NO HOME HERE." 미움이 여기엔 깃들지 못한단다. 성조기를 오린 것 같은 작은 하트가 곁들여져 있고, 성조기 빛깔의 청홍 앞뒤 면에 같은 문구가 6개 국어로 쓰여 있고, 한국어 번역도 있다. 이런 글을 집 앞에다 내걸 줄 아는 사람들이, 이마 어둡던 젊은 지성들이, 이런 목소리들이 그래도 세계를, 정치적 파국에서 지켜주지 않을까. 부디 그래 주길 바란다.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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