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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여, 조용해진 서해를 보라
 Column

칼럼 모음
 
입력 2017/09/19
ㆍ조회: 32      
청와대여, 조용해진 서해를 보라




꽃게철이다. 요맘때면 서해바다는 불법 꽃게잡이 중국 어선과 이를 단속하는 우리 해경의 전쟁터로 변했다. 2008년 9월 가거도 해역에서 박경조 경위가 중국 선원이 내리친 삽에 머리를 맞아 바다에 추락해 숨졌다. 중국의 사과? 없었다. 우리 외교부? 쉬쉬했다. 나약함은 상대의 오만함을 부른다. 3년 후인 2011년 12월. 인천 해경 이청호 경사가 필로폰까지 투약한 중국 선원이 휘두른 유리 조각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11월 반전이 있었다. 우리 정부가 단속 시 M60 기관총 등 공용화기를 사용하는 ‘모험’을 택한 것이다. 그 결과는 어떨까. 올 상반기 불법침범 중국 어선은 무려 78% 급감했다.

중국의 불법적 사드 보복이 6개월 지났다. 롯데는 결국 3조원을 날리고 중국 내 롯데마트 사업을 접기로 했다. 현대·기아차 판매는 반 토막 났다. 신세계는 20년간의 중국 영업을 끝내고 아예 철수했다. 여행업계도 줄초상이다. 20조원, 일자리 40만 개가 날아갔다. 하지만 우리의 외교적 대응이라곤 고작 미국에 “중국 좀 혼내 달라”고 부탁하는 정도였다. 중국은 미동도 않고 미국은 시큰둥했다. 그 와중에 청와대는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지 않기로 했다”며 꼬리를 내렸다. 다음달 6일 WTO 서비스무역이사회에서 보복 철회를 촉구하려던 계획도 재검토한다고 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의 협력이 우선”이라는 이유란다. 과연 그럴까.

중국의 북핵 대응은 철저히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다. 한국은 링 밖에 있다. 그러면서 꼭 이럴 때만 우리가 ‘운전자’인 척한다. 사드를 철수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WTO 제소를 하지 않는다고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 중단 30%를 50%, 100%로 늘려 줄까. 반대로 우리가 제소한다고 해서 중국이 하려던 대북 압박을 그만둘까. 이런 걸 두고 착각, 허상이라고 한다. 외교적 카드도 빈곤하면서 WTO 제소, 전술핵 재배치와 같은 대 중국 카드를 우린 너무 쉽게 스스로 내팽개치고 있는 건 아닌가.

얼굴에 손을 안 대고 순식간에 가면을 바꾸는 마술이자 예술인 중국의 변검(變臉)은 중국 외교를 상징한다. 2015년 9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천안문 열병식 참석 때 시진핑 주석은 최고 예우를 했다. 감격한 박근혜는 귀국하는 기내에서 “조속한 시일 안에 한반도 평화통일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시 주석과 심도 있는 협의를 했다”고 했다. 모두가 “아, 이제 중국의 진짜 파트너는 한국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넉 달을 못 갔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박근혜가 “어려울 때 손잡아 주는 게 최상의 파트너”라며 공개 러브콜까지 보냈지만 시진핑은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청 태종에게 세 번 큰절하고 아홉 번 땅에 머리를 박았다는 조선시대 인조의 굴욕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까지는 안 가더라도 감 내줄 생각도 않는 중국의 들러리를 자처하다간 이렇게 뒤통수를 맞게 돼 있다. 난 그래서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 친서를 갖고 간 특사단이 시 주석 하석에 앉도록 세팅된 접견장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오거나 그게 부담스러우면 배치를 바꿀 때까지 대기실에서 버텼어야 했다고 본다. 그 정도의 배포나 기개, 전략적 사고 없인 우린 앞으로도 계속 중국에 “김치만 먹어 멍청해졌다” “강대국에 끼인 개구리밥 신세”란 저질 막말이나 들을 수밖에 없다. ‘북핵 이후’도 마찬가지, 아니 더할 것이다. 조용해진 서해바다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김현기 중앙일보 워싱턴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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