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모바일 |

KN 메거진 | 인기칼럼 모음 | 영상메거진 | 연예뉴스 | 나도 달인 | 자동차 | 테크뉴스 | 토픽 | 스포츠 | 여행 |

백두산 천지 라이딩, 비길 데 없는 감동
 Travel

그곳에 가고 싶다
 
입력 2015-08-25 (화) 11:17
ㆍ추천: 0  ㆍ조회: 1057      
백두산 천지 라이딩, 비길 데 없는 감동




8월 15일 아침. 약 1년 전부터 준비해온 광복 70주년 기념 YMCA 청소년 백두산 자전거 순례의 정점인 천지라이딩을 하는 날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라이딩 준비를 할 때부터 마음이 설레더군요. 10여 년 전 북파산문을 통해 걸어서 백두산 천지까지 올랐던 날의 감동이 새록새록 솟아나기도 하였습니다.

백두산 라이딩 코스 근처에는 숙박시설이 없기 때문에 천지라이딩을 위해서는 숙소인 송강하에서 남파산문 입구까지 차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짧은거리라고 하지만 1시간 30분 정도 걸리더군요. 천지라이딩 출발 지점인 남파산문까지 이동하는 동안 차 안에서 가이드가 여러 가지 주의사항을 전달하였습니다.

▲  2015년 8월 15일 낮 12시 백두산 천지
ⓒ 이윤기

"절대주의... 북한 국경을 넘지 마시라"

가장 중요한 것은 국경을 넘지 말라는 것과 중국 공안들과 시비를 벌이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남파산문을 통한 백두산 천지 라이딩 코스는 전 구간이 북한과 접경 지역을 따라 올라가야 했고 천지 근처에는 철조망도 없이 굵은 쇠줄로 국경을 표시해놨더군요. 

장난 삼아 국경선을 넘었다가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절대로 주의사항을 어기지 말아달라는 당부였습니다. 특히 저희 일행이 광복 70주년이 되는 8월 15일에 맞춰 백두산 천지 라이딩을 하러 왔기 때문에 중국 공안들이 더 긴장 상태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더군요. 

▲  2015년 8월 15일, 광복 70주년 되는 날 백두산 천지
ⓒ 이윤기

백두산 천지에 올라서 "대한민국 만세" 혹은 "대한독립 만세"와 같은 구호를 외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태극기를 펼친다거나 단체 현수막을 펼쳐놓고 사진을 찍는 것도 모두 금지 사항이라고 하였습니다. 여행사 가이드로부터 이런 설명을 들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광복 70주년이 되는 8월 15일 광복절이라서 그런지 중국 공안들과 남파산문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의 모습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백두산 천지 라이딩을 위해서는 남파산문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출발하면 됩니다만, 청소년들로 구성된 저희 일행은 업힐(언덕) 구간을 줄이고 천지 라이딩을 마치고 통화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악화폭포'에서 출발하였습니다. 

남파산문에서 악화폭포까지는 중국 공안과 남파산문 구간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의 삼엄한(?) 안내를 받아서 이동하였습니다. 여행사 관광버스는 남파산문 주차장에 세워두고 남파산문 내부에서만 천지까지 운행하는 전용 승합차로 갈아탔습니다. 자전거를 운반하는 트럭도 남파산문 내부에서 운행되는 전용트럭을 이용하도록 하더군요. 

▲  백두산 천지 라이딩 GPS기록
ⓒ 이윤기

중국 공안과 관리들의 팽팽한 긴장감

저희 일행을 안내하는 가이드도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였으며, 공안이나 관리들을 의식하면서 라이딩 준비와 악화폭포까지의 이동을 최대한 신속히 진행시키더군요. 중국공안과 관리들의 긴장된 표정 그리고 안내하는 가이드의 여유를 잃은 모습을 보면서 참가자들도 자연히 긴장을 늦출 수 없었습니다. 

백두산 자전거 국토순례 참가자 29명이 4대의 승합차에 나눠타고 악화폭포까지 약 15km를 자동차로 이동하였는데, 승합차를 운전하는 중국 관리의 운전은 곡예 운전을 넘어섰더군요. 커브 구간에서도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마치 레이스를 하듯 악화폭포까지 달렸습니다. 

뒷자리에 앉은 일행들은 좌우로 흔들리는 승합차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 손잡이를 찾아서 힘을 주어 붙잡고 있어야 했습니다. 약간의 구토와 멀미 증상이 생길즈음 10여 분 만에 악화폭포가 바라보이는 넓은 공터에 차를 세워주더군요. 악화폭포가 바라보이는 도로 입구에서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고 라이딩 준비를 하였습니다. 

▲  천지 라이딩 출발 전, 악화폭포에서
ⓒ 이윤기

물과 간식을 챙기고 자전거 상태를 점검한 후에 다함께 모여 스트레칭을 하였습니다. 평소에는 스트레칭 없이 가벼운 라이딩으로 워밍업을 하였는데, 시작부터 업힐 구간이라 충분히 몸을 풀고 라이딩을 시작한 후에 라이딩 수칙을 설명하였습니다. 

"차량 통행이 많지 않고 천지까지 전 구간이 업힐이기 때문에 선두에서 속도를 조절하지 않겠습니다. 각자 자신의 체력에 맞게 업힐 구간 라이딩을 하고 천지에서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오버페이스 하지 않고 적절하게 저단 기어를 사용하여 체력 안배를 하시기 바랍니다."

로드팀장을 맡은 YMCA 실무자의 설명이 끝난 뒤 성인 참가자부터 천지를 향해 패달링을 시작하였습니다. 청소년 참가자들 중에서도 몸이 가볍고 자전거를 잘 타는 친구들이 선두권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앞서 이틀 동안 압록강 라이딩과 백두산 중산간 라이딩을 하면서 서로의 실력을 확인하였기 때문에 대체로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출발하였습니다. 

▲  백두산 천지 업힐 준비
ⓒ 이윤기



실무팀과 성인 참가자 중에서 몇 분들은 체력이 떨어지는 청소년 참가자들과 여학생들의 라이딩을 돕기 위해 맨 후미를 맡아 출발하였습니다만, 채 1km도 달리기 전에 각자 실력과 체력에 따라 라이딩 순서가 정해지더군요.YMCA 청소년 국토순례에 여러 번 참가하였던 중학생과 고등학생 4명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업힐을 빠르게 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여수에서 참가한 성인 회원들은 체력과 실력이 충분하였지만, 중간 중간에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찍느라고 업힐을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게 달리더군요. 약 2km 구간까지 맨 후미에서 라이딩을 하다가 선두로 올라간 청소년 참가자들을 살피기 위하여 조금씩 속도를 높였습니다. 

아이들의 체력과 실력이 일취월장으로 향상되었기 때문에 좀처럼 따라잡기가 쉽지 않더군요. 기어를 저단으로 낮추고 "천천히 꾸준하게"를 되뇌며 라이딩을 하였습니다. 악화폭포에서 출발하는 남파산문을 통한 백두산 천지 라이딩은 크게 두 구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멀리 구름아래로 백두산 관면봉이 보인다
ⓒ 이윤기

악화폭포에서 약 8km 지점까지 올라가는 경사도가 높은 오르막 구간, 그리고 8km 지점부터 약 1km 남짓한 평지와 짧은 내리막 구간이 끝난 후에 천지까지 올라가는 급경사 구간입니다. 악화폭포를 출발하여 약 8km 지점에 있는 평지 구간까지는 체력이 충분할 때라 업힐 구간이라도 평속 10km 정도를 유지하면서 달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르막 구간을 계속 달리다보니 허리 통증이 오기 시작하더군요.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곳에서는 오르막 구간에서 허리가 아파도 내리막 구간에서 휴식을 하고 자세를 바꿔주면 통증이 없어질 때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백두산 천지 라이딩의 경우 약 15km 구간 중에서 14km 이상이 업힐 구간이기 때문에 발을 내리지 않으면 허리를 펴고 몸을 풀 수가 없었습니다. 

▲  백두산 천지를 향해가는 업힐 구간
ⓒ 이윤기

9km부터 정상까지 가파른 오르막과 맞바람

발을 내리지 않으려면 허리 통증을 참고 계속 패달링을 하는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다행히 업힐 8km 구간 지점에 있는 평지와 짧은 내리막 구간에 일어서서 자전거를 타면서 최대한 몸을 풀어주었습니다. 하지만 평지와 내리막 구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이내 더 가파른 오르막이 나타났습니다. 

두 번째 오르막 구간이 시작되는 곳에는 서쪽에서부터 강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오르막과 바람은 자전거의 가장 큰 난제인데, 오르막 구간에서 맞바람을 받으며 업힐을 시작해야 하더군요. 라이딩 속도는 순식간에 5km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속도계는 4~5km/h 사이를 오고가더군요. 

죽을 힘을 다해도 속도가 더 높아지지는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실제로 업힐 구간은 약 15km 남짓한데, '오버페이스'를 염려한 가이드가 업힐 구간이 20km라고 설명하였기 때문에 체력 안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른바 '바람골'이라고 부르는 업힐 구간을 지날 때 겨우 10km를 지났더군요. 하지만 가이드 설명대로라면 겨우 절반 밖에 오르지 못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  백두산 관면봉 안내센터와 주차장
ⓒ 이윤기

자전거 기어를 최저단에서 한 칸만 남겨두고 모두 내렸습니다. 마지막 한 칸은 발을 내려야 할 만큼 힘든 때를 위해 남겨두는 최후의 보루 같은 것이기 때문에 마지막 단을 아껴두면서 최대한 긴 호흡을 내?으며 천천히 천천히 패달링을 멈추지 않고 이어갔습니다.

한굽이 한굽이 돌 때마다 처음엔 한숨이 나오더니 나중엔 '욕'까지 나오더군요. 누군가 특정 대상을 향해 욕을 하지는 않았지만, 까마득히 보이는 새로운 오르막이 나타날 때마다 "아이 씨"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라이딩을 시작한지 1시간 30분이 지날 무렵 멀리 급경사 오르막 구간의 끝에 넓은 평지가 나타났습니다. 

좌우로는 산들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멀리 군용 벙커 같은 건물이 보이는 곳에 2, 3명이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더군요. 속도계를 보니 13km 정도를 달려길래 백두산 정상부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너무 배가 고프고 허기가 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보이는 곳까지만 가서 쉬었다가야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  백두산 천지
ⓒ 이윤기

백두산 천지 자전거 인증샷...중국 공안의 제지로 중단

어차피 쉬었다 다시 출발할 테니 휴식 장소까지 남은 힘을 다 써서 달리기로 마음먹고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 패달링을 하였습니다. 오르막 구간이 끝나고 마지막 평지 구간이 시작되는 지점까지 올라보니 멀리 사람이 서 있던 장소가 바로 백두산 정상부라고 하는 것이 확인 되더군요. 

호흡을 가다듬으며 사람들이 서 있는 곳까지 가보니 중국 관리와 공안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더군요. 멀리 '천지'라고 쓰인 바위를 바라보며 자전거를 타고 들어갔더니 '큰소리'로 불러 세웠습니다. 손짓을 하면서 뭐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자기들이 서 있는 입구에 자전거를 주차하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속도계와 GPS를 확인해보니 악화폭포를 출발한 후 약 1시간 33분이 걸려 백두산 정상(관면봉 2565미터)에 도착하였더군요. 잠시 숨을 돌린 후에 혼자서 천지를 보러 갈 수는 없어 준비해온 물과 초코바를 먹으며 허기를 달랬습니다. 뒤따라 올라 온 아이들도 하나 같이 배가 고프다고 먹을 것을 찾더군요. 

▲  백두산 천지 표지석
ⓒ 이윤기

가장 먼저 천지에 도착한 그룹과 후미에 쳐진 그룹 사이엔 시간 차이가 많이 생겼습니다. 29명의 참가자 중에서 10명쯤 정상에 도착하였을 때 차를 타고 온 가이드 왕 선생이 올라왔더군요. 멀리 서쪽 하늘에 구름이 천지를 향해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에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라도 '천지'를 보러가자고 하였습니다. 

백두산 천지 라이딩의 화룡정점은 자전거를 들고 천지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는 것입니다. 중국 공안이 경비를 서는 백두산 남파 쪽 정상부에서 천지가 보이는 곳까지는 걸어서 약 500미터를 이동해야 하는데, 저희 일행이 도착했을 때 중국 공안들이 자전거를 가지고 천지까지 가는 것을 막더군요.

그런데 가이드 왕 선생은 "자전거 전부 가져오지 말고 가벼운 자전거 3, 4대만 가지고 가자"고 하였습니다. 다행히 중국 공안들도 자전거 3, 4대를 끌고 천지가 보이는 곳으로 이동하는 저희 일행을 그냥 물끄러미 지켜보기만 하였습니다. 짐작컨대 여행사에서 중국 공안들의 협조를 받아 놓은 줄 알았습니다. 

▲  광복 70주년 기념, 아들과 함께 자전거 타고 백두산 천지에 오르다
ⓒ 이윤기

남의 땅 중국령 백두산...중국 공안 한 마디가 절대 원칙

먼저 천지에 도착한 10여명이 서둘러 천지가 가장 잘 보이는 곳까지 자전거를 끌고 갔습니다. 순서를 정해가며 자전거를 번쩍 들고 백두산 천지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5~6명쯤 자전거 인증샷을 찍었을 때 장교로 보이는 중국 군인이 나타나서 자전거를 모두 치우라고 화를 냈습니다. 

가이드 왕 선생이 뭐라고 중국말로 양해를 구하는 듯하였지만, 금세 꼬리를 내리고 서둘러 자전거를 밖으로 빼라고 하더군요. 잘못하면 이미 찍은 사진도 모두 삭제 당할 수 있다고 하는 바람에 사진을 더 찍을 엄두도 못내고 자전거를 주차장 쪽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미처 백두산 천지 자전거 인증샷을 찍지 못한 일행들은 너무나 아쉬워 하였습니다. 

특히 맨 후미 그룹을 격려하고 응원하느라 늦게 올라 온 참가자들이 더 많이 안타까워 하였습니다. 그냥 선두에 올라왔으면 '백두산 천지 자전거 인증샷'을 찍을 수 있었을 텐데, 조만간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이 워낙 컸던 탓이지요. 

▲  시간 차이는 있었지만, 참가자 29명이 모두 백두산 천지 업힐에 성공하였다.
ⓒ 이윤기

약 15km 정되 되는 업힐 구간을 달리면서 힘들다고 투덜대던 남자 중학생 참가자들도 백두산 천지를 직접 눈으로 보는 순간 앞서 힘들었던 경험은 싹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얼굴을 돌리던 중학생 녀석들이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때는 카메라를 피하지 않더군요.

심지어 지금까지 경험한 것 중에서 가장 힘든 업힐을 함께 한 친구들과 삼삼오오 어깨를 걸고 서서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하는 기념사진을 찍어달라고도 하였습니다. 중국까지 배를 타고 오면서 경험했던 지루함, 매일 매일 4~5시간씩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경험했던 피곤함을 한 방에 싹 달렸다고 하더군요. 

백두산 천지를 처음 보는 청소년 참가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감동의 시너지 효과는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날씨가 맑아 백두산 천지를 깨끗하게 볼 수 있는 행운(?)을 자축하였습니다. 아이들은 하나 같이 생애 가장 힘든 업힐 이었지만 가장 행복하고 뿌듯한 시간이었다고 하였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
 
 Homepage apiece

 







© Knews24.com, 2008, All Rights Reserved. Published since 2007. Contact Us to report news, errors or for advertising opportunities. Privacy Policy .이용약관